2022년 6월, 저희 가족은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작은 도시국가에서 살다 온 저희에게 미국은 모든 것이 크고 여유로웠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넓은 잔디밭과 공원, 운동장이었습니다. 집 근처에는 언제든 공을 들고나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이런 환경은 저희 가족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특히 육아를 하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나라에 살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감사했습니다.
이민 직후는 방학 기간이었기에 아이는 아직 학교를 다니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없는 낯선 환경에서 아이가 유일하게 기대고 놀 수 있었던 존재는 바로 아빠였습니다. 아빠와 함께한 시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농구는 아이가 아빠와 가장 자주 함께한 스포츠였습니다. 매일같이 농구공을 들고나가 패스와 슛을 연습했고, 아이는 점점 자신감을 얻으며 농구에 소질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까지만 해도 딸아이가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농구에 푹 빠져 있었고, 아빠와의 농구 시간이 워낙 즐거워 보여서 ‘우리 아이는 농구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공 자체에 흥미가 많은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트나 스포츠용품점에 가면 농구공, 축구공, 배구공을 꼭 만져보고 발로 차 보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마음에 들어 하는 공은 꼭 사달라고 했고, 그 눈빛을 보면서 엄마인 저도 가능한 한 다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에서 다니던 학교 체육 시간 덕분에 아이는 배구에도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5학년, 6학년 동안 체육 수업에서 배구를 접하면서 운동의 즐거움을 배웠고, 친구들과 팀을 이뤄 경기하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코비드 팬데믹 당시에는 외부 활동이 제한되었기에 저희는 콘도 클럽하우스에서 마스크를 쓴 채 배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도 납니다. 그런 한정된 환경 속에서도 공과 함께하는 시간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기억, 바로 아이가 처음으로 축구화를 샀던 순간입니다. 밖에 나가 축구를 할 만한 공간이 없었지만, 아이는 축구화를 갖고 싶어 했고, 결국 하나 마련해주었습니다. 그 축구화는 결국 싱가포르에서 밖에 나가 신은 적 없이 미국으로 가져왔었습니다.
미국으로 이주한 후 넓고 여유로운 운동 환경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뛰어놀 공간이 있다는 것,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운동장이 있다는 것은 아이에게 자유와 성장을 선물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육아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가 공을 통해 신체를 움직이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며 건강하게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상 이야기를 통해 ‘운동 좋아하는 아이의 성장기’와 ‘미국 이민 가정의 생활’에 대한 기록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공 하나로 시작된 변화가 어떻게 삶을 다채롭게 했는지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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